"내가 왜 119 구급차에 누워 있지"
10분 전에 119에 전화했다. '술이 취해 가슴이 답답하니 응급실에 가야한다'고 숨이 넘어가듯 핸드폰 너머 구급대원에게 전했다.
10년째 알코올중독자로 살아온 나는 며칠 술을 마시면 알코올치료 전문병원에 찾아가 자발적으로 입원하곤 했다.
그러나, 이 날만큼은 알코올병원보다는 일반병원에 입원하고 싶었는지 119를 부른 것이다. 알코올병원에서 퇴원한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재입원한다는 것은 낯뜨거운 것이었으리라
그렇게 10년을 살아왔다. 알코올치료전문병원, 일반 정신병원, 기도원....1년에 한 번씩은 장기 입원내지 요양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2년째 장기 입원없이 지내고 있다. 술이 당길 때에는 편의점 맥주 한 캔으로 마무리 한다.
사실 알코올중독자라는 오명을 벗어 던지기는 불가능하다. 한 번 해병대은 영원히 해병대인 것처럼 한번 알코올중독자는 영원히 알코올중독자로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나도 현재 알코올중독자이다. 그러나 나는 정상인과 같이 활동하고 있다.
내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비결은 간단하다.
첫째, 나는 나의 단주 의지를 믿지 않는다. 그래서 매달 알코올치료전문병원에 찾아가 상담과 약 처방을 받고 있다.
둘째, 왠만하면 단체 회식은 가지 않는다. 가더라도 식사 후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셋째, 5년전부터 탁구에 심취하여 기술을 연마하다보니 술과 조금씩 멀어져 가는 느낌이다.
넷째, 좀처럼 믿음이 좋아지지 않지만, 종교 생활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의 건강 비결....
그러나, 나는 여전히 알코올중독자이다
작성자 풍도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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