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후기 남길까 말까 엄청 고민했어요.
캐시닥 커뮤니티 건강검진이나 질문사항에 짧게 짧게 글은 남겼지만, 제대로 길게 제가 수술한 걸 적는 게 처음이라 이게 맞을까 좀 고민했어요.
그러다 저도 처음에 답답한 마음에 여기저기 검색하고 문의했던 것처럼, 누군가도 저의 이 글을 보고 한가닥 희망과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글 남깁니다.
저는 작년 11월에 수술을 했어요.
유방암 수술을 했어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22년9월 국가 건강검진을 딱 기본으로 했어요.
2주 뒤 병원에서 유방 비대칭으로 2차 검진을 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어요.
너무나 무지했던 나는 꼭 해야 하는 검사냐고 반문했고 간호사가 엄청 화를 내면서 꼭 그것도 빨리 해야 하는 검사라고 했어요. 예약이 엄청 밀려있어 지금 바로 예약하는 게 좋다고.
집안에 유방암이며 암환자가 전혀 없고, 전 애 셋 모두 자연분만에 셋 모두 각각 1년이상 모유수유를 해서 유방암은 진짜 남의 얘기라고 생각했어요.
부랴부랴 지역 맘카페 통해서 믿을 수 있는 병원 중 제일 빨리 검진이 가능한 곳에 예약해서 초음파 검사를 했어요.
국가검진 유방 X-ray 검사에서는 오른쪽 이상이 나와, 처음에 오른쪽 초음파 검사시 의사선생님이 아무 걱정 말라고 했어요.
그런데 왼쪽을 검사하시면서 그동안 만져진 게 없냐고 크기가 제법 크다고 2cm 혹이 2개 있다고. 순간 이게 무슨 말인가 싶고 눈물이 나려고 했어요.
다행히 모양도 이쁘고 움직임도 좋고 딱딱하지 않아서 암은 아닌거 같다고 그렇지만 정확성을 위해 총조직검사로 조직검사를 해야한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에 형식적인 검사인 줄 알았어요. 총조직검사는 조직을 타탕 총소리나게 떼어내는 검사로 넘 아프고 한 자세를 오래 취해야해서 힘들었어요.
< 총생검(일명 총조직검사) >
검사결과는 2주 뒤에 나온다고 다시한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검사 일주일 뒤 병원에서 전화를 받았어요.(예정보다 일찍 병원에서 연락이 오는 건 절대 좋은 일이 아닙니다.)
조직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되어 추가로 염색검사를 해야한데요. 이때부터 느낌이 좀 싸아했습니다.
그래도 설마설마 했는데 염색검사 일주일 뒤 금요일 5시 병원에서 전화가 왔어요. 유방 비정형소엽증식증으로 수술을 해야한다고. 선택의 여지가 없고 반드시 수술을 통해 혹을 전부 제거해야 한다고.
정말 멍했어요. 금요일은 그냥 정말 흘려보내고, 토요일 기운이 1도 없는 상태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제상태를 알아봤어요.
유방 비정형소엽증식증은 암과 종이 한장 차이도 아닌 반장 차이라고. 수술 후 암으로 확진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서울대 삼성 현대 유방외과 모두 전화로 예약을 돌립니다. 서울에 있는 메이저병원은 유방암 확진 전에는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처음 알게 됩니다.
세브란스는 예약은 되나, 특진교수님은 안되고 그또한 제일 빠른 날짜가 내년 3월이라고 합니다.
건너 아는 외과선생님께 조언을 구합니다.
1. 무조건 올해 안에 빨리 수술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봐라.
2. 개인병원보다는 종합병원에서 수술해라.
3. 수술 후 암 확진시는 서울 메이져병원에서 치료 받아라.
살짝 고민하다가 제가 사는 지역 대학병원에 전화를 돌립니다. 이때의 제 선택이 진짜 탁월했다고 봅니다. 왜냐 무조건 제일 빠른 날짜를 기준으로 정했고 생각지도 않게 엄청 빨리 수술하게 됩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요즘은 서울 메이저병원도 진짜 딱 수술만 하지 초음파 검사 등도 외부 병원에서, 항암치료 등도 집 근처 병원으로 진료의뢰하는 추세라고 하더라구요.
11월2일 진료를 받으면서 수술을 반드시 해야한다면 최대한 빨리 수술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추진력 갑인 선생님 만나서 간호사들도 절대 불가능 하다고 할만큼 빨리 수술했어요. 3일에 입원 수속 밟고 그다음날 바로 수술에 들어갔어요.
수술 전 휠체어에 앉아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제가 보지 않아도 제얼굴이 사색이 되어 하얗게 변하는 게 느껴졌어요. 의료도우미께서 다들 긴장하신다고.
수술실은 테레비에서 보는 것과 비슷했어요. 다만 침대가 심하게 좁았어요. 이름을 몇번이나 확인하고 마취하는 순간 바로 자야한다는 생각이.
마취에서 깨자마자 너무 아파요가 절로 나왔어요. 이후 마약성 진통제가 투여되는데 전 진통제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밥도 못먹고, 구토 어지럼증 때문에 차라리 진통제를 빼달라고 했어요.
수술한 당일은 힘들었지만 그다음날 별무리 없이 퇴원했어요.
이틀 비운 집은 욕실부터 너무 더러웠고 큰 후라이팬도 2개나 나와 있었어요.
움직임에 큰무리가 없어 욕실청소며 설겆이를 했더니 팔에 무리가 와서 일주일을 몸살을 앓았네요.
수술 후 괜찮다고 평소대로 하는 건 큰일나요.
수술이 마지막이길, 이제 진짜 끝이구나 싶었는데...
떼어낸 2개의 혹 조직검사 결과 1개가 암으로 나왔어요.
전이 여부 확인을 위해 조영제를 투입한 MRI 촬영을 다시하고... 전 수술보다 조영제 부작용으로 MRI 촬영이 더 힘들었어요. MRI 촬영한 날은 하루종일 멀미 증상처럼 어지러워 아무것도 못하네요.
22년11월 한달은 거의 병원 왔다 갔다 하느라 보낸 거 같아요.
다행이라고 해야 하겠죠?
다행히 전이가 되지 않아... 항암치료도 방사선치료도 없이 일단 치료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전 그렇게 유방암 중에 제일 다행이라는 0기 유방암 환자가 되었습니다. 유방암의 종류 중 소엽 상피내암입니다.
< 유방암의 종류 >
코로나 시국에 수술을 해서 또... 정신없이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병원에서 찍은 사진이 한장도 없네요. 그리고 암 수술하시면서 사진 찍고 올리시는 분들 보면 대단하신 거 같아요. 멘탈이 털려서 전 아무 생각이 없더라구요.
진료 받자마자 바로 입원하고 바로 수술한 기록 남겨봐요. 유방암 진단서 일부도 올려 봐요.
1. 2022-11-02 진료 - 수술 전 검사(천식 등)
2. 2022-11-03 입원 - 수술 마취 관련 검사
3. 2022-11-04 수술
< 유방암 진단서 >
암환자는 소득공제용 장애인증명서가 발급되요.
그 뒤로도 초음파, 조영제 투여한 MRI 촬영 주기적으로 하고 있구요.
올 11월에도 초음파하고 X-ray 검사가 예약되어 있어요.
전 제가 왜 암에 걸렸는지 처음에 너무 억울했어요. 술은 진짜 가끔 마시고, 담배는 피운 적도 없고, 모유수유도 진짜 장기간 했는데 내가 왜 왜 왜...
그렇지만 저의 모습을 돌아보니... 안좋은 행동들을 많이 하고 있었더라구요.
스트레스 받는다는 이유로 금요일 새벽에는 거의 매주 라면을 끓여서 먹었어요. 커피믹스도 하루에 4잔이상도 마시구요. 당연히 운동은 전혀 안했구요.
제 평생 최고의 몸무게를 갱신하고, 임신 했을 때 만큼의 몸무게가 되어도 전혀 문제가 있는지를 인지하지 못했던 거죠.
유방암 판정 받고 11월은 멘붕에 빠져 있었어요.
왜 하필 나에게... 나보다 더 나쁜 생활하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아이들도 아직 어린데... 요런 생각만 하면서.
12월부터 마음을 다잡았어요.
감사하다 너무 감사하다. 초기에 발견되어 얼마나 다행인가. 건강검진 시기를 놓쳤다면, 초음파를 미뤄서 했더라면... 병원 고르느라 수술 시기가 늦어졌다면...
최대한 빠른 검사진행으로 초기에 발견되어 수술까지 완료했으니 너무 감사한 거다... 요렇게 생각하는 걸로 바꿨어요.
일단 라면과 커피믹스를 끊었어요. 그리고 당근 토마토 등 야채를 챙겨 먹었어요.
너무 무리하면 몸살이 나서 살살 걷기 운동도 꾸준히 했어요.
그 결과 수술 전에 비해서 몸무게 4킬로를 뺐어요. 앞으로 4킬로 더 빼는 게 목표인데 쉽지는 않네요.
요즘은 가끔 먹고 싶으면 라면과 커피믹스를 먹어요.
그런데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절대 못 끊을 거 같던 두가지 음식 라면과 커피믹스가... 이전처럼 맛이 있지가 않는 거여요... 가끔 라면 냄새가 역하기도 하구요...
이제 저는 건강한 삶을 위해 더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산부인과나 유방 검사 받는 걸 엄청 꺼려하실 거여요.
근데 꼭 특히 40 넘으면... 유방 쪽은 초음파 한번 해보세요.
X-ray, 초음파, MRI가 잘 보는 부분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검사를 따로 하는 거라고 하네요.
MRI까지는 필요없을 거 같구, 유방 초음파는 꼭 꼭 한번 해보세요.
캐시닥 커뮤니티 회원님들도 운동과 식단관리 하시면서 건강한 생활 하시기를 바래요.
정말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나봐요. 누구나 암에 걸릴 수 있어요!!!
작성자 쓰리채맘
신고글 (후기) 건강검진의 중요성-누구나 암에 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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