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큰 개에 대한 PTSD를 차근 차근 극복해나가고 있는 저의 이야기 (현재진행형!)

어렸을 때부터 저는 개에 대한 PTSD를 가지고 있는데요. 제가 초등학생 때 겪었던 한 사건 때문입니다.. 

어릴 때 동네 공원에서 놀고 있었는데 한 아저씨가 큰 개를 데리고 산책하고 있었어요. 그 개가 처음에는 온순해 보였지만, 갑자기 저를 향해 달려오더라고요. 그때 생긴 PTSD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그 개는 까만 색의 엄청 큰 개였는데 종은 모르겠어요. 사진 속 이런 개였어요.

일단 그 개는 목줄을 한 상태였지만 엄청나게 길게 늘어뜨려놔서 사실상 목줄의 의미가 없는 그런 상태였어요.

그래서 제가 개를 피해 막 앞으로 뛰어갔거든요. 그때 주인이 했던 말 "안물어~ 좋아서 그런거야~ 괜찮아~" ....

개를 제지하지 않더라고요... 지금이었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아무튼 제가 막 뛰어다가다 앞으로 넘어졌었어요. 어릴 때는 다들 잘 넘어지잖아요.. 그래서 무릎에 피가 엄청 나고 다 쓸렸었고요. 방관하던 개주인이 제가 넘어지니까 그제서야 급히 달려와서 개를 붙잡았고 저는 그때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기억이 나네요ㅠㅠ

그 사건 이후, 저는 개에 대한 깊은 PTSD를 가지게 되었고 개를 정말 무서워하게 되었어요. 작은 강아지는 괜찮은데, 그 강아지가 짖으면 움찔움찔합니다. 그래서 개가 지나갈 때마다 본능적으로 피하게 되더라고요. 

주위에서는 그게 언제적 일인데 아직도 무서워하냐 그런 반응도 있었어요. "그냥 개일 뿐이야. 너무 겁내지 마."라고 얘기를 해주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때 무릎을 다쳐서 지금도 상처가 있거든요. 사람들이 제가 개에 대한 PTSD를 좀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았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개를 피하는 생활을 지속했지만, 종종 저의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쳤어요... 제 친구가 자기 집에 초대했는데 그 친구가 개를 키우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친구 집에 가는 것을 거절한 적이 여러번이었고요. 개에 대한 PTSD를 얘기하면 좀 안 좋게 보는 사람들도 있어서 솔직하게 얘기하질 못 하니, 친구는 친구대로 서운한 감정을 느끼고.. 그렇게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끼치더라고요.

정말 저하고 잘 맞고 좋은 친구였기 때문에 저는 나중에 친구한테 솔직하게 말했고 친구는 다행히 너그럽게 잘 이해해주더라고요.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PTSD를 극복하게끔 도와주겠다고 하길래 어떻게 도와줄거냐 물었더니 일단 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게 제일 우선이라고 하더라고요.

친구가 키우는 강아지는 작디 작은 믹스견이이라 제가 PTSD를 가지게 된 큰 개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 친구와 강아지를 같이 만났어요. 다행히 그 강아지는 진짜 순하고 조그매서... 저한테 달려들질 않더라고요.

달려들지를 않으니 순간적으로 마음이 확 놓이더라고요?? 사람 마음이 참 신기했어요.

 

친구에게 허락받고 사진 올려요. 얘도 저한테 별 관심없다는 듯 그냥 가만히 있더라고요ㅋ

용기내서 처음으로 강아지를 쓰다듬었는데 털이 생각보다 진짜 부드러워서 놀랐어요. 개털이 그리 부드러울 줄이야.. 그렇게 해서 저는 차근 차근 PTSD를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별 거 아니지만 일단 개를 단독으로(?) 만나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용기였거든요. 현재는 그정도로만 하고 있고 나중에는 친구와 함께 같이 산책도 나가볼까 생각 중이에요. 어릴 때 저에게 PTSD를 갖게 해준 개가 주인이 통제하지 않는 공격성 있는 개였어서 그런지 순하고 통제가 잘 되는 개를 만나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요.

과거의 PTSD는 여전히 제 마음속에 남아 있지만, 이렇게 차근 차근 나아가보려고 합니다.